러닝 20km와 육각형남에 대한 고찰
저번 러닝 15km에 이어서 이번에는 20km를 달려 보았다. 페이스로 보면 600 조금 아래로 전의 15km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에는 3번 쉬었고 이번에는 2번 쉬었다. 그리고 거리도 늘었으니 일단 최소 2개는 는 걸로 볼 수 있겠다ㅋㅋ 그리고 오늘 비가 꽤 왔는데, 비를 맞으면서 뛴 디버프도 있으니 날씨 맑을 때 뛰면 더 좋아질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확실히 20km 뛰어 보니까 고통의 품질이 15km 때랑 다른 것 같기는 하다ㅋㅋ 끝나고 나니 하체가 그냥 다 아프다... 관절만 아픈 게 아니라 근육들이 더 아프다... 관절은 오히려 덜 아픈 것 같다ㅋㅋ 그리고 놀라운 점은 상체도 근육통이 온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어제 등을 해서 그런 것일까 러닝에서 오는 통증일까... 잘 모르겠다ㅋㅋ
정말 힘들었는데, 역시 다 뛰고 나니 찾아오는 해냈다는 엄청난 희열감과 행복함이 도파민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다. 크.. 맛이 참 좋다. 오늘은 평소랑은 다르게 우중 러닝이었는데, 역시 나는 비 올 때 달리는 거나 자전거를 타는 걸 참 좋아한다. 왤까? 그냥 지금 당장 생각해 보면, 비를 맞으면 체온이 내려가서 시원하기도 하고 그냥 내 안에 무언가가 씻겨 나가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뭐 그냥 좋다ㅋㅋ 비가 오니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 신나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기도 하네ㅋㅋ
그래도 전에는 관절 쪽이 아팠었는데, 러닝을 하는 중에도 발목 쪽에 통증이 계속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통증은 없었다. 그새 성장을 조금 했나 보다. 역시 꾸준함이 최고다. 전에는 반바지 바스락 거리는 재질을 입고 15km를 뛰었더니, 하도 다리를 움직여서 그런가 다리 안 내전근 쪽이 쓸려서 너무 아파서 집 갈 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3년 동안 묵혀둔 타이즈가 안에 있는 바지를 입고 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원래 땀이 너무 나서 안 입었던 건데, 우중 러닝에서는 입으면 좋을 것 같다. 그냥 러닝에서 입어도 좋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다음에 한 번 장거리 뛸 때 입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러닝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솔직히 오늘은 20km가 아니라 17.5km 정도 뛰어야 했다. 20km 뛴 건 무모하고 무리한 부상 가능성이 있는 그런 선택이었다. 그래도 이 가파른 성장을 적은 부상과 빠른 회복으로 견인해줄 수 있는 건 그간 헬스에서 쌓은 구력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페이스가 주는 건 모르겠지만, 점점 뛸 때 덜 쉬어도 되게 심폐력이 차차 좋아지고 있다. 관절, 인대, 건들도 통증이 없도록 튼튼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의외로 근성장이 되는 것 같다. 이건 절대 의도하지 않았던, 생각 못했던 것인데... 흥미롭다. 진짜 계속 열심히 하면 하프마라톤 2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도 꿈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무산소, 유산소 열심히 하고 나면 다시 격투기나 주짓수 같은 쪽으로 테크를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복싱을 3개월 정도 다녔을 때는 헬스도 하기 전이었고, 유산소도 엄청 못했을 때라 헥헥거리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기본 근력이 좋아서 근력은 잘 따라갔었었다. 그런데 이제 전보다 근력도 심폐력도 비교도 못할 정도로 좋아져서 굳이 복싱이 아니더라도 종합격투기 같은 걸 배우면 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도 참 돈 거의 안 드는 헬스에 돈 한 푼 안 드는 러닝에ㅋㅋㅋ 이렇게 돈을 안 쓰니 다른 취미를 하면 보통 월에 15만원 정도는 쓰는 게 당연한 건데 쓰지를 못 하겠다ㅠ 우선 올해는 헬스에 러닝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ㅎㅎ 헬스 장비는 이제 다 샀고, 러닝 장비 필요한 거 찬찬히 사고 해봅시다!
3대 500도, 풀 마라톤 완주도 가 보자고!!
이렇게 근력과 유산소를 동시에 하니 드는 생각이 있다. 이른바 요즘에는 육각형 남자, 여자라고 해서 모든 조건을 두루두루 잘 갖춘 그런 사람들이 결혼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뭐 당연한 거지만, 어떤 조건의 상위 30%는 쉬울 수 있지만, 독립적인 조건 6개를 상위 30%로 맞추면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져 0.073%의 사람이 된다. 만약 예를 들어 결혼 시장에 넉넉잡아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있다고 하고, 반은 같은 성별이니 제외하면 3,650명의 사람 밖에 해당 조건을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예전부터 이런 걸 파악하고 미리 선제적으로 이득을 보려고 했었다. 공부를 하면서, 회사를 다닌 사람은 없을 것이니 회사를 다녔고, 전공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은 없을테니 전공을 3개 공부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 수학과 물리를 일부러 골라서 배웠다. 이러면 확률적으로 내가 희소한 사람이 될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그렇다고 물리 쪽에서 탄탄대로를 밟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ㅋㅋ 언젠간 내 뒷배가 써먹을 데가 있을 거라고 믿기는 한다. 운동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대 쪽에는 은근 많지만$($사실 나도 태생은 진골 자연대 출신이 아니라, 반골 공대 출신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연대 쪽에는 다들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가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드물다. 뭐 이걸 생각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ㅋㅋ 헬스 쪽은 더 하다. 근력이 좋은데 유산소를 잘하는 사람? 정말 드물다. 그런데 근력만 좋은 사람, 유산소만 잘하는 사람은 유튜브에 소위 나쁘게 말해서 깔렸다. 인터넷 상에서는 3대 500? 무시 받는다ㅋㅋ 마라톤 서브 4? 무시 받는다ㅋㅋ 인터넷이라서 스스로 머릿속에서 보정을 가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하나도 쉽지 않은 것이지만 무시 받을 정도로 인터넷에는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3대 500을 치면서, 마라톤 서브 4를 뛰는 사람? 진짜 진짜 드물다. 3대 500이 헬스의 상위 1%이고, 마라톤 서브 4가 유산소의 상위 1%라 하면, 둘은 다 할 수 있다면 최대 상위 0.01%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람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육각형 상대도 3,650명 존재하지 않는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진짜 희귀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고, 되고자 한다.
확률이 낮도록 자연대에 헬스에 유산소에 마라톤에 이렇게 해버리면 나는 상위 0.0000000000000000000001%의 사람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누군가는 법대에서 주짓수에 탁구까지 잘 하는 엄청난 사람이, 고졸이지만 사업을 성공해서 월 1000은 우습게 벌고 밤에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그런 사람도 있지 않는가. 그러니 나의 생각은 스스로 자만하지 말고, 뭘 하든 상대방을 존중하고, 내 경쟁 상대는 언제나 어제의 나 또는 약했던 이전의 나로 삼고 앞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달려나가는 것 뿐이다. 뭐 항상 이렇게 해 왔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해 나갈 것이다.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나는 언제나 이랬던 사람이었다. 세상엔 정말 재밌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운동이 그중에서도 특히 재밌는 건 어제의 나를 다른 것들에 비해 꽤 자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술도 안 먹었는데 오랜만에 20km 뛰면서 생각이 정리되면서 많아져서 주저리 주저리 말을 토해 내버렸다... 뭐 아무도 안 보는 글인데~~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