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했습니다... 술 자체를 안 즐긴지도 오래 됐고, 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시나 싶다. 혹시 마시더라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마시지 혼자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술이 땡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왠지 마시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번 학기 고생했다는 개인적인 소회 때문일까? 평소 잘 마시지도 않던 소주를 집 근처 마트에서 사서 평소에 사람들이랑 마실 때도 신나도 반 병 정도 먹고 말던 술을 한 병 반이나 마셔버렸다... 나도 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ㅋㅋ 이참에 술 마신 김에 필터링 없이 내 생각을 기술할 수 있을 때 올해 한 해를 회고해 보려고 한다. 올 한 해 정말 힘들었다. 내가 평생 산 기간 중에 제일 과언이 아니라 진짜 너무나도 힘든 한 해였다. 이 소회는 올해 나를 버티게 해준 back number의 花束・アイロブユー・瞬き와 함께 하니 back number에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일단 이번 년도는 나 자신을 새롭게 define하는 그런 한 해였던 것 같다. 기계과에서 물리학과로 넘어오면서 내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졌고, 실제로도 너무나 부족했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이 부족함이 나를 많이 갉아먹었던 것 같다. 나는 마음 속 한 편에 여유가 있어야 다양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생기는 사람이다. 여유가 없으면 급한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그런 프로세스만 머리 속에 가득할 뿐 여러 일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해진다. 이런 여유의 부족함이 나를 많이 갉아먹은 가장 큰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짧다면 짧은 25년 인생을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자면 나는 단연코 저번 학기인 2024년도 봄학기이자 대학원 1학기 차를 꼽을 것이다. 대학원 1학기 차라서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비단 그것 뿐만은 아니다. 대학원생이라면 당연하게 있어야 할 연구실도 없어서 자연과학동에 있는 여러 책상들을 homeless 마냥 전전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 했고, 다른 사람들은 연구실에 출근할 때 나는 도서관에 출근해야만 했었다. 이것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 보이지만 나에게는 타과생의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었다. 해야할 연구들이 있는데 조언을 구할 수 조차 없고, 내가 진행해야 할 모든 progress들은 과제 마냥 google에 의존해서 모든 것을 내가 온전히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성적도 회사에서 학부 시절 인턴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거의 제일 낮은 성적을 받았었다. 대학원생인데... 성적이 아무리 중요하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학점을 잘 주는 대학원생인데.. 이런 생각들을 포함해서 여러 자기 비관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 속을 관통하면서 나를 계속해서 괴롭게 했다. 내가 물리학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인가? 나는 물리학을 즐기면서 평생 연구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진부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나를 물고 늘어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연구실이 10월에 생기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구실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생기면서 내 모든 일상들이 정상화되기 시작한 것 같다. 연구실에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운동가고, 취미 활동하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덕일까. 최근에 종강을 했다. 그런데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변한 것은 단지 내 마음 속의 여유일 뿐인데 성적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잘 나올 것 같다. 나는 내가 똑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괜찮게 머리는 잘 굴린다고 생각했는데 학부 시절 내 전성기 시절만큼의 성적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일본어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머리 속을 맴돌면서 정돈된 생각들이 굉장히 많다. 다만, 바쁘기도 하고 이제는 블로그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 보다는 내 머릿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좋아서 기술하지는 않는다ㅎㅎ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내 소개를 할 때, 학부 말 시절에는 나를 3전공을 하는 물리를 좋아하는 대학생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런데 이번 년도 1학기에는 그냥 운동을 좋아하는 대학원생이라고 소개를 했다. 나 스스로도 공부를 하는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에 도피처로 삼았던 매일 열심히 하였던 운동을 나의 PR 포인트로 잡고 나를 운동을 좋아하는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제는 그냥 물리학과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취미를 물어보면 운동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본어 공부라고 말한다. 나도 내가 왜 운동보다 일본어 공부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재밌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요즘에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다 보면 3-4시간 지나가있는 건 기본인 것 같다...
뭐 주저리 주저리 술김에 쓴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내 현 생활이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것이고, 취미로 갖고 있는 일본어 공부가 굉장히 재밌다는 것이고,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갈 운동도 얼른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여러 방면으로 발전하는 내 모습이 좋고, 발전할 방향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좋다. 이러한 자기애? 나르시시스트적인 면모는 나도 거의 한 2-3년 넘게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나의 characteristic이라 조금 어색한데, 싫지는 않다ㅋㅋ 이렇게 계속 사는 삶,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올해도 잘 마무리 짓고, 내년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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