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한지 벌써 거의 한 달이나 지난게 믿기지 않는다... 종강하고 나서 나의 소중한 한 달을 잡아먹어 버린 괴물은 바로 엘든링...이건 아니야! 흑흑 이제 공부해 빛바랜 자 🥲
1. 공부
이번 학기는 솔직히 공부로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대대수학II는 현대대수학I 수업을 독학한 것 치고는 다른 수학과 과목들이랑 난이도나 공부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난이도는 응용복소함수론 보다 조금 더 어렵고 위상수학 보다는 쉬웠던 것 같다. 응복함은 솔직히 공부하면서 술술 읽혀내려갔고, 막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없었다. 오히려 미분방정식이 어려운 부분들은 더 어려운 느낌적인 느낌. 위상수학은 중간고사 이전 범위는 술술 읽혔는데, Urysohn's Lemma, Tietze Extension Theorem 쪽으로 가면서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오히려 대수위상 범위였던 homotopy가 쉽게 느껴졌다ㅋㅋ 대수도 딱히 뭐 어려운 것들은 거의 없었고, 응복함이랑 비슷했다. 다만, separable의 반대개념인 inseparable이 잘 이해가 안 됐다. 그것 말고는 재미있었다. 오히려 대수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5차 이상의 방정식에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개념을 향해서 달려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공부를 하는 재미가 다른 수학 과목들 보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기존에 막연하는 알고 있었지만, 5차 이상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이 어떻게 splitting, separable이 radical, solvable들과 통합되어서 이해될 때의 그 쾌감! 최근 들어 수학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살짝 흥미가 떨어졌었는데, 이 맛에 수학 공부했지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그 외에도 Fermat's prime나 constructible regular polygon 같이 흥미로운 세부 토픽들이 공부 중간 중간의 흥미를 복 돋아 주었다. 대수 꿀잼!
하.지.만 대수III에 해당하는 군표현론은 너무 어려웠다. Serre 책으로 공부했는데 솔직히 preface에 써져 있듯이 PART I까지는 과학자를 위한 파트라 그런지 할만 했다. 어렵긴 했지만,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따라갈만 했다. 그런데 PART II부터는 수학자를 위한 파트라 그런지 module을 이용한 tensor product 부터 너무 진입장벽이 높아서 잘 그림이 안 그려졌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따라가긴 했는데 한계는 있었다ㅋㅋ. 심지어 기말고사 요일을 수업 시간에 잘못 듣고 시험을 치러 가지 않는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대참사까지ㅋㅋㅋ... 그래도 교수님이 페널티 하에 양해해주셔서$($굉장히 감사합니다 교수님...$)$ 시험은 잘 치를 수 있었다. 그래도 representation이 뭔지는 대충 알겠고 irreducible, induced 등의 다양한 개념들도 뭘 원했는지 컨셉은 잘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선형대수학 보다는 재미있었다.
이렇게 험난했던 나의 수학과 복수전공 대장정이 마무리되었다... 정말 머리 아프고 기나긴 싸움이었다. 한동안은 수학 안들을거야! 우리 최소 1년은 보지 말자... 끝으로 내가 느꼈던 수학과 과목 난이도로 글을 마무리 지어보겠다.
응? 마지막에 이상한게 있지만 무시하자. Arfken의 텐서, 디랙 행렬 등에서 수학의 부족함을 깨닫고 수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알고 싶었던 건 모르겠다. 너무한 거 아냐?ㅋㅋㅋ 끝!
그 다음은 물리! 솔직히 물리는 뭐 딱히 어려운 건 없었다. 전자기II도 전자기I에서 크게 다르게 어렵지 않았고 무난했다. 그래도 학부에서 들었던 과목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 다음은 양자정보응용 과목이었는데 나 같이 전공선택을 뭐 들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 다양한 물리의 세부분야를 알려준 굉장히 유익한 강의였다. 듣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처음으로는 전체적인 범주는 양자컴퓨터였는데, 각각의 토픽은 더 디테일 했다. 첫 번째는 초천도체를 이용한 양자컴퓨팅이었는데 초전도체를 공부할려면 뭘 더 공부해야할지 알 수 있었고, SQUID 같은 걸 배워보는게 재미있었다. 두 번째는 이온트랩을 이용한 양자컴퓨팅이었는데 Rydberg blockade 같은 것들이 흥미로웠고, gaussian beam에 원자를 가둔다는 발상도 흥미로웠다. 두 과목은 고체물리, 원자물리가 대략적으로 무슨 과목이고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내게 제공해주었다. 세 번째는 양자 알고리즘이었는데, 다른 건 결국 Shor's factoring을 위한 전초기지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factoring이 결국 period를 찾는 문제로 귀결되어서 흥미로웠다. 그냥 교수님들이 다 잘 가르쳐주셔서 잘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배우고 싶은 것만 늘었지... 에휴....
2. 대학원
여기까지만 본다면 솔직히 9학기$($저저번 학기$)$가 더 힘들었다. 듣는 과목도 더 많았고, 전자기II 보다는 양자II가 훨씬 어려웠던 듯 싶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기계과 대학원 진학 예정이기도 했고, 별개로 졸업할 계획이서 수학과 졸업시험 준비한다고$($뭐 그렇게까지 많이 시간 투자한 건 아니긴 한데...$)$ 이것저것 공부 외적으로 신경쓸게 많았다. 또,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빡세게 산다고 그랬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이번 학기가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했던 거 같고, 공부 외적으로 신경쓸 건 훨씬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대학원 학과 변경을 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쓰지는 않았었는데, 기계과 대학원에서 물리과 대학원으로 연구실을 변경했다. 그래서 원래 작성했던 기계공학과 대학원 서류도 컨택한 교수님께 말씀드렸고, 면접을 안 가서, 자동으로 대학원 불합격을 받았다. 어차피 기계과 대학원을 가더라도, 기계과 과목보다는 물리과랑 수학과 과목을 더 들을 생각이기는 했지만 기계과 이외의 다른 대학원을 간다는 선택지는 1% 정도도 고려하고 있지 않던 선택지였어서 더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컨택까지 해서 기계과 대학원 입시 원서까지 넣은 상태라 더욱 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리과 부전공이고, 실험 빼면 거의 복수전공한 만큼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을지 물리과에 진학해서 내가 천재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난 대학교도 고2 때 화학으로 한 번, 고3 때 기계과로 한 번 이렇게 틀었던 경험이 있어서 물리과로 안 틀기에는 고등학교 생각이 나서 후회할 것 같고, 물리과로 틀면 막상 가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손에 공부도 안잡히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두 과의 교수님들께도 면담 요청을 드려 면담을 수 차례 받아보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고민 끝에 물리학과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양한 요인들의 타협이 있었지만 가장 큰 영향은 바로 낭만 하나 믿고 내린 선택이었던 것 같다. 뭐 설마 굶어죽겠어? 지금 내가 공부하고 싶어하고, 재밌어 하는 거니까 나를 믿고 낭만 믿고 저질러 버렸다. 남은 일은 선택에서 조언을 해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정말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난 내 최대 장점이 메타인지가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스스로 굉장히 잘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잘 평가한다.$($이 능력은 의외로 고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 문제 열심히 풀면서 생긴 능력인 것 같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나는 물리를 못한다. 정확히는 물리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다. 내 물리 수준은 물리학과 학부생 3학년을 마친 수준이고 졸업생 정도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어차피 공부해야 할 텍스트들이 많기 때문에 기계과, 수학과를 공부한 건 딱히 크게 장점도 되지 않는다. 이게 장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물리학 공부하는 사람들만큼 내가 물리를 공부했을 때이다. 지금은 기계과, 수학과 공부한 거? 아무 짝에 쓸모 없다. 그냥 단점일 뿐이다. 이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그냥 닥치고 물리 공부 더 하는 거다... 시간만 믿고 허비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된다.
3. 앞으로
그래서 이번 방학 동안에는 물리 공부를 좀 더 하려고 한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문제는 어렵다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선대나 표현론 같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를 정도는 아니고, 잘 안 와닿는 정도? 비교적 양반이다. 그리고 이 중압감이 오히려 공부를 방해하는 것 같다. 그냥 하면 되는데... 그리고 대학원 고른다고 맘 고생을 너무 심하게 했는지 너무 놀고 싶었다. 그 결과 엘든링 136시간...^^$($그래도 롤은 삭제했다! 우리 다신 보지 말자^^$)$
그래도 지금 서울에서 7월 3일~5일 총 3일 동안 있었던 양자정보 워크샵 다녀오는 중인데 공부를 할 동기부여가 좀 되는 것 같다. 뭘 공부해야 할지 좀 알겠다. $($학회 관련해서는 또 따로 써보겠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도 이제는 텍스트를 읽는 것 보다는, 대학원에서는 모든 걸 공부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걸 공부하고 연구를 하려고 하지 말고, 논문을 읽고 관심이 생긴 연구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게 좋다고 하셨다. 논문을 읽으면서 배경지식도 많이 쌓일 거라고 하셨다. 스탠포드인가 어디서 주장한 딱 T자형 인재상이었다. 그래도 이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할 지 좀 감이 온다. 이제 또 할 게 생기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긴 한데, 공부할 수 있는 기간에라도 좀 공부를 해봐야겠다. 공부 방향은
1. 다 읽는 건 바라지도 않고, 하루에 논문 3편 Abstract, Introduction까지 읽고 어디든 정리해두기.
2. 교재들 공부
이 정도도 많다. 이거라도 잘 지키게 잘 해 보자.
공부할 교재도 참 많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해도 Bruus 양자장론, Ashcroft 고체물리, Sakurai 양자역학, QIQM...ㅋㅋㅋ 다 가능할까 싶긴 하지만 그냥 일단 하자. 원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서 공부하는게 최고다. 그게 젤 진도도 잘 나가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ㅋㅋ 이렇게 하고 다음 학기는 양자역학II, 입자물리, 양자장론, 2차원 물질 특강 이렇게 들을 것 같다. 이렇게 딱 살고나면 대학원 신입생으로 들어갈 때는 좀 물리학과 대학원 졸업생 같을 것 같다!! 고생 좀 하자...
이건 타 학과 대학원 진학 관련해서 찾아보다가 찾은 글인데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이랑 정확히 일치해서 신기했다. 물론 비관적인 부분에 더 공감한다. 희망적인 부분은 내 바람이다. 그냥 내가 저런 희망이 있고 싶다고 믿고 싶고, 그래서 저렇게 취사선택해서 듣고 있는 거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일단 지금은 이렇게라도 생각 안하면 좀 많이 힘들 듯...ㅎㅎ 고등학교 때부터 느끼는거지만 웬만해서는 시간은 배신을 잘 안한다. 물리학과에 고작 2년 밖에 안 있었던 내가 물리학과 사람들 이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가만 있는다고 절대 저렇게 되지 않으니 여러 번 말하지만 스스로 내가 잘 하는 것 뿐이다!
그냥 밥 벌어 먹을 정도는 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주변 환경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감사한 분들도 너무나 많다.
쓰다보니 종강 후기 보다는 종강은 핑계고 신세 한탄에 처지 비관 글 같지만 반복되는 악재 속 작은 행복이 좋은 거다 ㅇㅇ 얼른 그냥 빨리 대학원 가서 마음 편하게$($절대 편하지 않겠지만$)$ 물리에만 좀 집중해보고 싶다. 흑흑
아프켄 청춘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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