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스물 두 번째 얘기하는 거긴 하지만, 다시 이제 몸이 회복되고 있다. 저번 학기 말에 너무 바빠서 1달 정도 운동을 쉰 대가가 이렇게나 길게 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근 3개월에 걸친 기나긴 회복기이자 정체기를 거쳐, 이제 다시 정체기를 뚫고 전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개월 전에 비하면 몸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게 있냐고 묻는다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몸이 좋아졌냐고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냥 드는 3대 중량이 회복된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는 과정 속에 차이가 유의미한 게 하나 있다고 한다면, 크레아틴 복용 여부 정도가 될 것 같다. 이전 최고점은 5곱5 기준으로 벤치 90kg, 스쿼트 130kg였다. 거의 1년에 가까웠던 벤치 80kg, 스쿼트 120kg의 정체기를 크레아틴 복용으로 뚫고 나간 엄청난 성과였었는데, 한 달 쉬면서 복귀했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이제 쉬어도 저점이 꽤나 높게 유지가 된다는 것? 정체기였던 만큼 고점도 낮지만, 해당 중량에 익숙해지면서 저점도 같이 높아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야! 운동은 언제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법이다.
지금은 일부러 크레아틴을 먹지 않고 있다. 정체기가 오면 다시 먹으려고 계획 중이다. 만약 크레아틴을 먹으면서 증량을 해 나간다면, 또 전고점에서 막혀서 뚫고 나가지 못할까 봐 방패막을 하나 쳐뒀다. 이젠 정체기와 전고점 사이에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컨디션이 이대로만 뒷받침 되어 준다면, 짧으면 2주 길면 3주 안에 전고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때 설레어 하면 안된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태연하게 무게를 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항상 설레하면 어떤 이유든지 우주의 원리가 작동을 해서 운동을 못하게 되더라ㅠㅠ 예전 1RM을 쟀을 때가 언제였지... 하고 영상을 헤집어 보니, 무려 5개월 전인 4월이다... 이렇게 시간이 빨랐었나 싶다.
이대로 계속 훈련을 하다 보면 벤치 100kg$($무려 2장!$)$가 본세트가 되고, 스쿼트 140kg$($무려 3장!$)$이 본세트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지만 올해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ㅠㅠ 올해가 가기 전에 3대를 다시 한 번 측정해 본다면, 3대 500까지는 힘들 것 같고, 한 475 정도까지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몸무게도 87kg에서 82kg까지 많이 줄었었는데, 이제 다시 84kg 대로 점점 찌고 있고, 여러 방면으로 순항 중인 것 같다.
운동이랑은 별도로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스스로의 마음가짐에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연구를 너무 못하니까, 잘하든 말든 연구에 시간을 몇 트럭 째 갖다 박으면서 인생을 올인했어야 했었다. 여전히 연구를 못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가닥이 어느 정도 잡히는 것 같다. 여전히 시간을 갖다 박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마음에 여유가 한 켠 생겼다. 이 자그마한 여유를 대학원 입학하고 나서 부터 계속해서 원했고, 스스로 예상하기로는 입학 2년 차 쯤에는 생기지 않을까 했었는데 얼추 비슷하게 와주었다. 이런 마음이 들 때 길렀던 머리도 자르고, 환골탈태 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로 스스로 다짐을 해왔었는데, 뭔가 아직은 변하기가 싫다.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다고 해야 할까... 변화가 두려우니 스스로 바뀌고 싶지 않은 걸까. 나도 정확한 내 마음은 모르겠다. 그럼에도 1년 안에 어떤 모종의 사유로 머리를 자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스스로에게는 꽤 중요한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르는 이유는 생각보다 덥다거나 걸리적거린다거나 하는 사소한 이유일지도?
여태 그렇게 살아왔다 보니 인생 사는 게 너무 무상하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연구해서 뭘 할 것이며, 운동해서 3대500을 찍으면 뭘 할 것인가... 다행히 일본어 공부는 J-POP을 직독직해 하는데 도움이 돼서 이런 생각이 안드는 듯 하다. 이런 무상함의 원인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너무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연구실과 혼잣말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말하지 않는 경우가 부기지수인 것 같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냐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주말에 놀러 다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게, 주중에 헬스한 피로 푼다고 집에서 하루종일 밥잠만 반복하거나 연구실 출근해 있다. 가아끔 씩 이따금 씩 누가 불러줘서 술자리나 약속 자리에 나가면 또 재밌게 놀고 오긴 한다. 그런데 이거 단점이 숙취는 둘째 치고 가끔씩 보는 사람들에게서 너무 오랜만에 오는 재미를 느껴서 그런지 공연 후 우울증 같은 게 너무 심하게 온다. 이거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이런 증후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서 놀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다.
뭐 내적으로는 이런 고민이 있긴 하지만, 배불러서 오는 그런 고민들이고, 생존과도 맞닿아 있었다고 생각하는 굵직굵직한 고민들은 이제 다 해결이 되었고 생각한다.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고생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일기는 이때 예전의 나를 기억하고 부끄러워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썼었는데, 지금 예전 일기를 가끔 읽어보면 이 자식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정말 처철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지금은 당연하게 누르고 있는 행복이, 예전에는 티끌만큼도 찾을 수 없어서 하루에 하나씩 스스로에게 칭찬하기... 이 따위 짓을 하고 있었다니... 예전의 내가 너무 불쌍한 것 같다.
이럴 때 마다 느끼는 건 역시 인생은 한 방 같은 건 없다. 모든 건 차곡차곡 적립식으로 이자처럼 쬐그맣게 시작되는 것 같다. 예전의 이 따위 짓을 하나씩 하면서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이 자유로워지고, 자그마한 행복을 발굴해 내서 느끼고, 에휴 고생했다.
이렇다 보니 머리를 자를 때 모든 번뇌와 그 동안의 힘듦을 한 번에 청산할 때 자르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그래서 머리 자를 타이밍을 못 고르겠다. 그냥 단순히 가서 자르면 되는데, 또 이상하게 명분을 찾고 있다. 뭐, 그래도 머리 기르면서 이리저리 느낀점도 많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경험들도 얻었으니 싫지만은 않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언젠가 머리를 자르게 되면 환골탈태한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보내는 마지막 축하의 의미로 사진관 가서 사진이나 하나 찍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든다. 이렇게 보니 꼭 죽으려는 사람 같기는 한데;;; 그런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요즘에는 예전이랑 다르게 당장 내일 출근하다가 차에 치여 죽어도, 지금 바로 우리 집에 미사일이 내리꽂혀 죽어도 딱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만족스럽고 충분히 행복해서, 지금 당장 죽어도 오늘까지의 삶에 후회는 딱히 없을 것 같다. 이순신 장군 님의 필사즉생필생즉사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다.
그런 삶을 위해, 내일도 나는 연구실에 출근하고, 헬스를 하러 가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야심한 밤에 라면을 끓이기 시작할 계획이다.... 덧없는 삶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불교에 귀의할 것만 같은 그럼 오묘한 기분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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