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물리 실험을 해석하는 연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이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간 삽질이 도움이 됐던 덕일까.. 예전에는 하나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론 논문이, 그 중에서도 특히 수학적인 표현들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수학과 복수전공을 했지만, 물리에서 쓰이는 수학은 대학원 수학에 상응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본격적인 이론 물리 연구를 하다 보면 그 이상의 수학이 쓰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엔 너무나 알고 싶었던 tensor, dual space, manifold, smooth manifold, diffeomorphism, homotopy, Clifford algebra, Grassmannian, metric, wedge product 같은 다양한 개념들이 4년이 지난 이제서야 머릿 속에서 드디어 조립이 되고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항상 안대를 쓰고 코끼리를 손으로 더듬거리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안대를 벗은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이다. 그 첫 시작은 텐서이다.
텐서라 하면, 다들 벡터의 상위 호환 버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꽤나 깊은 선형대수학 지식을 요구한다. 선형대수라 함은 basis의 학문이고, basis가 변함에 따라 벡터는 contravariant 혹은 covariant하게 변한다. 이러한 차이가 flat space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curved space가 가해지게 되면 두 벡터는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익숙한 vector space와 이에 상응하는 dual vector space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N차원이 되게 되면 이 두 vector space가 차원을 나눠가질 수 있기 떄문에 N+1 종류의 space 조합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형성된 space 간의 map을 tensor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다중선형사상"인 것이다!
Manifold라 하면, topology 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떤 집합 X가 주어지면, 집합에 topology를 정의할 수 있다. 그럼 집합과 topology의 묶음을 topological space라고 정의하게 된다. topology란 도넛을 컵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연속적인 deformation을 의미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다만, topological space는 어떠한 좌표도 주어져 있지 않은 그냥 공간, 도형이다. 여기에 chart라는 locally $\mathbb{R}^{N}$ 좌표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럼 manifold가 된다. 여기서 chart의 종류에 따라 미분이 동일하게 나온다면, 그리고 미분이 무한 번 가능하다면, smooth manifold가 된다. 여기서 거리 개념인 metric을 부여하면, Riemannian metric을 가하면 Rimannian manifold, Lorentz metric을 가하면 Lorentz manifold가 되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나는 이걸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과에 오지 않았는가. 삶의 이유가 선명해지는 이러한 기분, 세상의 어떠한 도파민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이걸 위해 수도승 같이 2년을 살았다.
앞으로도 더 정진해서 수학 개념들을 물리와 서로 잇고, 더 많은 수학을 배워 이론 물리에 적용하고 싶다. 아직 넘고 싶은 산은 한가득이다. 예를 들면, Lie group과 Lie algebra 사이의 관계, homology, 이름이 신기해서 뭔지 알고 싶었던 cohomology... 크흡...
이전에는 기계적으로 했던 group factoring, 이제는 그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factoring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수준에 이른 것처럼, 위의 개념들도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4년이 됐든... 40년이 됐든... 내가 물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마치 인디언식 기우제처럼 말이다.
이렇게 물리와 수학을 잇는 내용을 따로 포스팅 해 볼까 한다. 내가 이해하려고 했을 때는 이런 설명이 있었긴 했지만, 불충분해서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내가 설명을 꽤 잘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example 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반드시 이해를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상대방에게 지식을 전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수업을 듣다 보면, 교수님들이 휙휙 넘어가는 게 있는데, 이건 본인들이 너무 똑똑해서 이걸 모를 거라고 생각조차 못하기 때문...
역시, 나는 공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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