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다. 미분기하, 미분위상, 대수위상의 언어를 공부하고 나니 비로소 내가 배웠던 모든 물리가 수학이라는 언어로 기술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전자기장이 전자기장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형성된 U(1) redundancy의 곡률을 통해 기술되는 운동방정식이 발현되는 것을 측정한 것에 불과했다. 이를 포함해서 그간 파편화 되어 존재했던 대학교 진학 이후의 8년 간의 지식이 집대성되어 한 곳에 응축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제서야 이론 물리 연구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아쉽다.
하루에 최소 12시간을 연구실에 박혀서, 더 정확히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눈 뜨면 연구실에 출근해서 피곤하면 집 가서 자는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사회성이 결여되어 가지는 것 같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안고 가고자 한다. 이렇게 물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내가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성이 결여된 내가 필요했기에... 이렇게 물리 연구에 재미가 붙다 보니 이제는 헬스를 가는 것도 시시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맞는 것 같다. 나는 눈물을 참으면서 힘들 정도로 헬스를 했던 이유가 현실을 살아가는 것보다 헬스장에서 받는 고통이 훨씬 적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현실이 행복해지기 시작하니 헬스장에서의 고통이 비교적 크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원래 그랬던 대로 언제나 그랬던 대로, 헬스를 계속할 것이고, 박살난 사회성도 다시 끌어올리는 등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저 좋다. 이런 생활이 반복된다면, 1년 뒤의 2년 뒤의 내가 정말 기대가 된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는 내가 보이고 그 과정이 정말로 즐겁다. 이제는 헬스 뿐만 아니라 물리 연구에서도 시간을 투자하면 정직하게 실력이 느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출근해서 얼른 연구를 하고 싶은 이런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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